Abstract
본 연구는 홍난파가 번역한 러시아 소설 번역서 가운데 투르게네프 『첫사랑』의 일본어 저본을 밝히는 서지연구를 중심으로, 원본에서 영어-일본어-한국어 번역으로 이어지는 번역의 계보, 저본과 한국어 번역본의 텍스트 비교를 통한 번역 양상과 특징의 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홍난파는 근대 한국의 서양음악 개척자이며 수많은 명곡을 만든 음악가로 유명하나, 세계적 걸작 소설을 다수 번역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옙스키의 중, 장편 소설을 최초로 완역하였고 식민지 시기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유일하게 번역하였으며 톨스토이의 단편을 번역하기도 하는 등 러시아 소설의 번역과 수용에 크게 기여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에서 홍난파의 번역은 원본이나 영역본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경유한 중역이며 지나치게 축약되어있다는 이유로 과소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평가는 『한국근대번역문학사연구』의 잘못된 일본어 저본 연구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본 연구의 조사 결과 홍난파는 일본어 번역본을 현대적 번역 방식과 같이 일본어 저본에 충실히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영어 번역본을 참고하여 일본어 번역본의 오류를 수정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홍난파의 러시아소설 번역은 개화기나 1910년대의 축약, 번안과 같은 번역 방식이 아닌, 저본에 충실한 현대적 번역이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