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무진기행」에서 윤희중이 특정 대상과 친밀성을 회복해 나가는 모습이 미메시스적 태도와 유사하다고 보고, 윤희중의 여정을 미메시스적 탐색이라는 시각으로 분석하였다. 미메시스적 탐색의 핵심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서 주체가 대상을 일방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대상의 우위를 인정하는 수동적 태도에 있다. 「무진기행」에서 대상에 대한 수동적 태도는 지각에 의한 소통 방식으로 구체화되며, 대상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대상의 질적 풍부함을 복원할 뿐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향유가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이와 함께 윤희중이 수동적 태도를 보이는 특정 대상들이 모두 죽음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윤희중의 무진행이 죽음을 탐색하는 여행임을 살펴보았다. 「무진기행」에서 미메시스적 탐색은 반복적으로 죽음 이미지를 표상하는 대상을 찾고, 죽음을 동화, 공감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탐색이 무진에서 가능한 이유를 무진이 의미나 가치가 확정되지 못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무진기행」에서의 미메시스적 탐색은 윤희중의 일상에 새로운 길을 내지 못한채 무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향유에 머물고 마는 한계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