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고려인문학에서 ‘관심의 장(field of care)’이 전이됨에 따라 에스엔게(СНГ: Содружество Независимых Государств) 지역이 고향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밝히고자 했다. 고려인들은 제2의 고향으로 생각했던 원동에서 중앙아시아로 집단이주되어 에스엔게 지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떠밀려오면서 수많은 낯선 장소 및 공간과 대면하게 된다. 자발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화지리학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장소공포(topophobia)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주 전에 지녔던 공포감은 황폐화되고 텅빈, 광활한 대지에 부려졌을 때 실제로 현현되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기에 공간은 장소로 바뀌기 시작했다. 비록 강압적인 방식으로 관심의 장이 바뀌었으나 낯선 장소와 공간을 새로운 고향으로 구성해 나갔던 것이다. 에스엔게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에서 고려인의 공간적 세계관은 자연, 꼴호즈(колхоз), 구역(촌)에 닿아 있다. 공화국명칭 자체가 거대한 공간 개념으로 사용되는 가운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준씨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을 고마움의 대상으로 형상화하면서 고려인 꼴호즈를 그들만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잃어버렸던 문화적 자산을 회복했으며 원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친밀성을 지니게 됨으로써 장소공포는 장소애(topophilia)를 띠며 그 결과 에스엔게 지역은 고향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