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한국 고유의 정신적 · 정서적 문화인 풍류정신문화의 본질적 속성을 이루고 있는 신명은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특이한 정서 형태로서 다른 민족의 정서와 차이화되면서 독특한 성격을 형성해왔다. 한국적 신명이란 한(恨)을 극복하고 상처받은 자기 가치감을 회복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고정된 틀과 질서에서 벗어나 내면적 생기를 표출하는 창조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신명이 화이트헤드의 창조성과 들뢰즈의 다양체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우주의 구성요소인 현실적 존재자가 다수로 존재하면서 새로운 일자를 생성해내는 창조적 성질이나, 서로 존재하는 현실태들이 우연적인 만남과 변형을 거쳐 또 다른 배치를 형성하는 다양체적 성질에서 우리는 신명의 특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창조적 특성과 다양체적 특성을 내재한 한국적 신명이 한국인의 독특한 삶과 정서를 심도있게 그려내고 있는 『선학동나그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소리꾼 여인의 삶을 통해 신명은 아무런 형식을 부여받지 않고 유목적인 (nomad) 성격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모든 방향으로 흘러가는 흐름, 즉 끊임없이 접속하는 주변의 대상과 내적 관계를 형성하고 영토화와 탈영토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생성되어 가는 질료의 흐름이라는 것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적 신명이시 · 공간을 이어오면서 창조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한민족의 정신과 정서를 대변하는 문화적 양태였음을 재조명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