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완판 판소리계 소설과 맹자가 주장한 ‘왕도정치론’의 밀접한 관련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조선 후기에 표출된 서민의 문화적 상승 지향 욕구, 비슷한 시기에 방각본으로 발행된 많은 유학서적, 국내의 본격적인 주자학의 수용 정도와 그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서민들은 유학의 본질적 내용에 호응하면서, 양반 못지않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예상한다. 조선후기 발간된 유학서의 내용 중에서도, 맹자의 왕도정치론이 표방하는 민본주의 정신은 특히 당대 서민의 요구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맹자는 인, 의, 예, 지의 본성을 잘 보존한 군자가 지도자가 되어, 백성을 어버이와 같은 마음으로 돌보아야 함을 주장한다. 맹자에 의하면 군, 신, 민(君臣民)중 민이 가장 우선이며, 민심은 천심을 대변한다. 따라서 백성을 전쟁에 강제 동원하여 영토를 넓히는 ‘패도’정치가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생업을 보장하며 교화하는 것이 진정한 왕도정치의 길이다. 완판 판소리계 소설은 맹자의 왕도정치론을 비교적 완벽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신분은 미천하지만 군자다운 인물이 주인공이며, 이들이 패도를 이겨내고 왕도를 실현하거나 증명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선후기 민중들은 서민 주인공이 등장하여 왕도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활약하는 판소리계 소설을 창작 · 향유하며 이와 같은 왕도정치가 실현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기를 소망했던 것이다. 본 연구는 조선후기 대표적인 대중문화의 소산인 완판 판소리계 소설을 맹자의 왕도정치론과 연결 지어 봄으로써, 당대 현실에 대한 민중들의 견해와 바람을 새롭게 조명해 보았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